산정무한

Home/산정무한
산정무한 2017-03-28T12:25:30+00:00

우리나라 '지식인'의 '배움'에서 아쉬운 점.

작성자
강필
작성일
2019-12-12 11:30
조회
1320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이야기는 지난 역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가장 흔한 표현일 것입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웜홀'이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인간'은 불가능하겠지만 - 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수준의 '현대 물리학'에서는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므로 ( 이른바 시간의 비가역성 ) 이 희망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불가능한 희망이긴 합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런 가정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 아쉬움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아쉬운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긴 하겠지만, '현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우리 현대사의 질곡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의 비극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쉽습니다.  게다가 '한국전쟁'은 그 양상이 남북한 모두에게 치명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된 전쟁이기도 합니다.  일단 서로의 진영을 한번씩 휩쓸고 전선이 낙동강에서 압록강까지 요동을 쳤습니다.  그러다 서로 거의 절반의 영토를 두고 종전도 아닌 휴전.   한반도 전역에서 '편가르기'는 불가피했고 - 그것도 총검을 겨누는 - 그 결과는 '편을 나눈 상태'의 휴전.   이것이 한국전쟁의 양상이었으니, 그 이후의 남북 양쪽에서의 현대사 질곡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 그 이전의 이른바 국제정세의 필연적인 결과로 한국전쟁을 해석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여기서는 한국전쟁 자체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내용은 생략합니다. )

나는 그러부터 발생한 여러가지 질곡과 왜곡 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의 하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지식인'이라고 할말한 사람들의 '배움'의 '빈공간'입니다.  현대를 사는 지식인에게는 거의 '필수적으로 필요'한 - 그렇다고 모든 지식인은 '필수'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적어도 상당한 비율의 지식인은 마땅히 배웠어야 할.  이런 의미에서 -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의 하나이고, 나 자신도 이에 대해서는 '독학'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할 수도 없었고,  많은 부족함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수준도 아니어서 그냥 '안타까움'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그런 '배움의 빈공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 헤겔 철학, 마르크스의 자본론, 레닌의 정치학" 이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빈공간'이 생겨난 이유야 여기서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다른 의미의 '배움의 빈공간'이 생겼을 것으로 보긴 합니다.

헤겔은 근대의 완성이면서 한계를 의미합니다.  헤겔에서부터 현대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헤겔'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의 '시작'을 배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에 이 빈공간의 이유는 사실 매우 단순합니다.  '마르크스'의 유물변증법과 사적유물론의 '소스'가 헤겔이었다는 것.   그래도 헤겔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긴 합니다.   내가 학창시절에도 '합법적'으로 정신현상학이나 논리학 등 헤겔의 저작은 정식출판되긴 했으니까.  헤겔에 대한 배움의 부족은 '동백림 사건' 이 의미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분위기' 탓인 이유 - 이 동백림 사건에 관련된 임석진 교수의 개인사도 영향을 주긴 한 것이고 -  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동백림 (동베를린) 사건

 임석진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더불어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저작물입니다.  ( '자본론' - 정확하게는 '자본', Das Kapital - 은 물론 단순한 '경제학 저작물'을 넘어서는 면도 있긴 합니다.  )  그런데, 단지 '마르크스'의 저작이라는 이유로 내가 학창시절에는 '갖고 있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번역본이 출판되어 있으며, 심지어 강의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김수행 - 자본론 강의

개인적으로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 것을 떠나,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비판적'으로.   특히 '경제학'을 공부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에서 수많은 경제학과에서 '자본론' 강의가 개설된 대학을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자본론'에 대한 최고 권위자 - 김수행 선생님은 떠나셨고,  내가 인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 는 '제도권 밖'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닌은 아직도 '금기시'되는 혁명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내가 학창시절에는 역시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던 레닌의 저작들도 지금은 합법적인 출판물로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레닌전집' 출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레닌의 유명한 저작 '무엇을 할 것인가'의 번역본을 지금도 간혹 읽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논쟁'의 교본과 같은 '말과 글'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한글 표현과 'what is to be done'라는 영어표현의 절묘한 어감도 항상 흥미롭기도 하고.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의 정치사상을 지지하는가, 아닌가와 무관하게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 한 '혁명가'가 상황을 해석하고 풀어가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레닌'은 가장 뛰어난 정치가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령 예를 들면, 얼마전에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은  친구에게 '그런데 왜 레닌을 공부하지 않는가?'라고 물어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예를 들면 최근에 우리 사회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 '진보인사' - 나는 아직도 그가 지금도 '진보'인지는 좀 회의적입니다. - 는, 그 '과거 경력'에도 불구하고, '레닌'을 공부해본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뭐 실제로 공부했는지, 안했는지 알 정도의 관계는 아니어서 알수야 없지만 )

나는 아무튼 헤겔, 마르크스, 레닌의 영향을 꽤 받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  우리사회의 '지식인'들의 거의 이 분들을 공부안하기 때문에, 나 정도의 '공부'로도 이 분야에서는 '좀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니 이것도 아이러니이긴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이제 곧 방학입니다.   나는 만약에 '허락'되었다면 고등학교 때쯤 이런 수준의 책을 읽긴 했을 것입니다.   '수학/과학'분야의 교양서적과 다르게, 내가 학창시절에 읽을 수 있었던 이런 분야의 책들은 거의 '이해하기' 힘들긴 했습니다.   ( 주로 동양고전들이어서 무슨 선문답 투성이라... )  대학생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를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장차 어떤 분야의 '지식인'이 되기를 소망한다면, '현대사회'를 사는 '지식인'은, 소위 말하는 '정파'와 무관하게,  적어도 이 세 사람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 세람을 '전혀 모른다'는 것은 '지적수준의 기반'이 '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6

  • 2020-10-12 10:39
    선생님, 뒤늦은 질문이지만,
    586세대의 운동권들은 맑스나 레닌을 많이 읽고 영향도 받은 편 아닌가요?
    주사파nl 외의 PD는 그렇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요.

  • 2019-12-14 10:56
    맑스와 레닌에 대하여는 막연한 반감이 있었고 헤겔은 난해하다는 이미지였는데 한 번 읽어 보아야 겄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일독했는데 자유론은 남한에세 허용되오고 권장되는 책이었을텐데도 그 정신의 실천과 바른 해석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부족하지 않은가 느꼈습니다. 이 또한 한국전쟁과 무관하지 않겠죠

    저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전두환의 쿠데타를 막고 싶습니다.김종필 등이 선거로 당선 됬으면 전두환만큼은 경제도 했을거고 광주 참사도 없었겠죠.무엇보다 현재 진보라 자칭하는 분들 수준이 이리 처참하지도 않을테고 그 세력도 이다지는 강력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전쟁과 분단은 물론 비참한 일이었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우리가 가난한 식민지 출신 후진국에서 이 정도 살게 된 데는 결과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기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2019-12-14 14:56
      '자유론'도 필독을 권하고 싶은 '고전'의 하나이긴 함. 위 글은 '여백, 빈공간'이라는 면에 초점을 두면, 헤겔/마르크스/레닌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고. 그런데, 사실 '자유론'역시 '허용된 책이긴 했지만 '권장'되는 책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내가 '지식인의 사상에 여백'이 있다. 이렇게 했지만, '근대 철학' 전체가 여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 물론 '프랑스혁명'으로 상징 -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일 수는 있지만 -되는 그 시대의 역사도 그렇고. 윗 글에서는 내가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 '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을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좀 냉정하게 말해서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임.

      우리 현대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것이라고 본다. 5공화국은 '국민 전체'를 적으로 하는 정권이었다고 할 수는 있지. 그래서 사실은 그 당시 '민주화운동'을 했다 = 진보.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난 보는 편. 즉, 그 당시는 그냥 국민 전체가 '운동권'이렇게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이고. 그때 형성되었던 일종의 '통일전선이 그 이후 분리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은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고.

      역사를 평가할 때는, 사실 다른 모든 평과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기회비용'의 관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과거'는 '긍정적인 부분'을 갖을 수밖에 없으니까. '피할 수 있었는가?'라는 의견과 별개로 나는 분단과 한국전쟁은 우리사회에서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줄 수 없었다고 보는 편이다.

      이 공간은 '정치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목적은 아니라서,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다면, 산행/트레킹을 하면서 같이 토론하면 재미있을 것 같단라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다. 나와는 '많은 다른 결론'을 갖고 있는 듯 해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공리적인 수준의 명제' - 예를 들어 '자유는 소중하다' 이런 식이 - 로부터 출발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모든 것을 떠나서 '재미있을 것'이다.

      • 2019-12-15 01:26
        네 제가 수준히 심하게 많이 딸릴 것 같고 결론을 내렸다거나 가까이 갔다거나 하는 깊이도 절대 못 되긴 하지만 훗날 기회가 된다면 시간을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이 공간에선 정치보다도 수학과 공부라는 면에서 많이 배우고자 합니다

  • 2019-12-16 18:51
    현대의 시작이 헤겔에서 출발하였다면, 현대의 해석은 프랑크프루트학파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터 벤야민,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조금은 다르지만 브레히트까지.

    선생님 덕분에 대학에 진학했고, 조금이나마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강들으면서 입시 공부가 아닌 다른 공부 배울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감사합니다.

  • 2019-12-16 23:33
    관련된 글을 좀 써볼까 합니다.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은 읽었엇고,
    헤겔은 읽진 않았으나 수많은 비판 서적들을 먼저 읽어버려서.. 선입견이 있긴합니다
    그래서 이번 방학때 읽어보려하고...
    레닌은 유명하나 읽어본적은 없네요.
    관련된 대화는 재밋을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