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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무한 2017-03-28T12:25:30+00:00

일감(一感)과 수읽기 - 바둑을 '이기려면', 그리고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작성자
강필
작성일
2019-11-25 05:07
조회
161
 

어린 시절에 '바둑'을 둘 줄 알았다는 것이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지금도 여성 바둑인은 흔하지 않은 편인데, 어머님께서는 '바둑'을 둘 줄 아셨고, 아버지와 종종 '대국'(바둑을 두는 것)을 하곤 했고,  자연스럽게 바둑을 둘 줄은 알게 되었습니다.  IT업에 있을 때, '바둑'은 중요한 일중의 하나이기도 했고, '한국기원 정보화추진'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한때는 '바둑계'와 긴밀한 연관을 갖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도 '바둑'을 거의 직접 두는 것은 아니지만, '바둑 중계'는 즐겨 보는 편입니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이 곳 수놀음 공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알파고'때문이기도 합니다.

 

'바둑'이 공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잘 모르지만 , '바둑'과 '공부', 그 중에서 특히 문제해결'능력'은 공통점이 꽤 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읽기'라고 하는 바둑'능력'에서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에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이 바둑을 둘 줄 알면, 간단한 바둑격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공부할 때 유념할 점'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 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 그러고 보면 지금도 유명한 수학 참고서의 '이름'도 사실 '바둑용어'로부터 온 것이기도 합니다.  ) 가령 바둑'격언' 중에, 정석은 암기하되, 나중에는 잊어버려라.  이런 격언이 있는데, 이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격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알파고'의 위력은 '정석'을 암기하고 - 정확하게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후에 그것을 검색하여 - 바둑을 두지 않는다.  이런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바둑에서 '수읽기'란, 내가 여기를 두면, 상대방이 저기를 둘 것이고, 그럼 나는 여기에 두고, 그럼 상대방은 저기에 두고.  이러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하는 것을 말합니다.   뭘 모르는 아마츄어가 '프로기사' ( 바둑에서 프로 )에서 종종 하는 질문이 '당신은 몇 수까지 수읽기를 할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프로기사의 답도 거의 정형화되어 있는데, '외길수순' (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 )이라면 100수 - 흑백을 번갈아 두니까 앞으로 둘 50번까지 -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한수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반면에 바둑용어로 - 이것은 정확하게 바둑용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바둑외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 일감(一感)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국면에서 '첫번째 떠오르는, 그것도 거의 즉시, 직감적으로. 이런 의미에서, 발상을 이야기할 때, '일감으로는 여기에 두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표현을 씁니다.

 

결국 바둑을 둘때, 한 수 한 수는 '일감'으로 떠오르는 자리를 가정하여 '수읽기'를 하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으면, 다음 '후보'에 대해서 수읽기를 하고.  이렇게 바둑을 두게 됩니다.   '일감'으로 떠오르는 자리가 '객관적으로 합당한 곳'일 경우에, '감각이 좋다'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 물론 사적인 인연 때문에 하는, 이른바 '접대용' 멘트였을 것은 분명하지만 - '감각이 좋다'라는 말은 많이 들은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바둑을 '못두는' 이유는 - 뭐 그래도 한국기원 공인 아마 3단이긴 합니다.  프로기사와 5점 접바둑으로 대국을 할 수 있는 정도인.  물론 이것도 '접대용' 공인이긴 했습니다만 - '수읽기'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은퇴'를 발표한 바둑기사 '이세돌'이나, 최근에 세계 여류바둑계를 휩쓸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 프로기사 '최정' 은 수읽기가 강하기로 유명한 기사들입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프로'의 수읽기는 거의 비슷하다는 말도 있긴 합니다.  '프로'가 되려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수읽기 능력'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알파고' 이후 시대의 바둑 교육도 과거 '정석을 암기시키는 것' 위주 - 물론 이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겠지만 - 의 교육은 의미없다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바둑에서 '국민 정석'이라고 부르는 바둑을 배울때 가장 먼저 배우는 간단한 정석은 '알파고 등장' 이후에 완전히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석' - 정석이 되려면 흑백 서로 불만이 없는 결과가 나올 때 가능합니다. - 이 될 수 없는 어느 한 편이 유리한 결과임을 '알파고'가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바둑'은 결국 '수읽기'이고, 이런 저런 바둑의 '기술'들은 결국 '수읽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본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바둑 교육이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산정무한' 공간이야 아무 주제에 대해서나 쓰는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바둑'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에 있었던 2020 수능 문제의 '동영상 풀이' - 앞으로 개인적으로 수능문제 '해설'이라는 표현은 안 쓸까 합니다.   적어도 내가 본 '동영상 풀이'들은 '해설'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 를 보면서, 수학 '문제'의 해결에서도 '수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많은 수험생이 '문제 해결을 위한 수읽기 능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프로'라고 할만한 '강사' ( 학교 선생님의 '풀이'는 그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본 강사들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들도 그런 의미에서 '마찬가지'라는 것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아마츄어'로써는 '프로기사'와 바둑을 꽤나 많이 둔 편입니다.   프로기사와 접바둑 - 내가 흑을 잡고 미리 몇개의 돌을 깔아놓고 두는 바둑 - 를 두어본 사람은 ( 사실 프로기사의 '해설' 이 '이해가능한' 수준에 있는 사람이 '해설'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도 비슷합니다. )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프로'의 수읽기는 정말 다르다.  특히 그 '깊이'에 대해서.   그런데 수학 '문제'에 있어서는 '학생'이야 그렇다고 쳐도 - 수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 '강사'들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은 사실 매우 '의아한 일'이긴 합니다.   학생과 다르게,  적어도 몇년 이상을 수학'문제'를 풀어보고, 가르쳐보고.  이렇게 할텐데...

 

'바둑'에서 '수읽기'를 하지 않고, '일감'으로만 바둑을 둔다면, 상대방이 나보다 매우 '하수'라면 - 느낌상 2-3 단계 아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모를까,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감'은 '일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수읽기'를 하고 두어도 상대방의 수가 내 예측을 벗어나면, 이른바 '멘탈'이 흔들립니다.

 

가형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 2020 수능에서 이런 '수읽기 능력'의 중요성은 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가지 문제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체 정답률 ( 이번 나형 시험에 대해서는 평가원의 난이도 예측이 엇나간 이유를 묻는 질문도 좀 많아서, 정답률도 찾아보았습니다.  이 문제의 전체 정답률과 1등급 오답률 - 이런 것도 있네요.  예전에 내가 강의를 할 때도 이런 것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이 의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은 15%입니다.  30번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정답률이고, 이른바 '컬러'급에서도 거의 30번급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충격적인 것은, 적어도 내가 본 '동영상 풀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풀이'를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맞히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논리적인 오류'가 아닌 이상, 모두 '올바른 풀이'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볼때 맞힐 수 있는 문제를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려면'  그래도 이런 정도의 문제는 '출제의도' ( 항상 쓰는 표현으로, '좁은 의미의' )에 따른 풀이를 하는 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도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좁은 의미의 출제의도'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것은, '일감'에 의존하지 않고, '수읽기'를 하기만 하면,  '제대로 ( 출제의도대로 푼다는 의미에서 )'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매우 '의아'하다는 것입니다.  '해설'을 하려고 준비하면서 무엇을 '준비'하는 것일까?  의미도 없고, 거의 '쇼'에 불과한 '실시간 풀이'를 하는 경우 , 당연히 이런 경우는 아마도 그런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해설'이라고는 안 할 것이라고 봅니다.  동영상 풀이라고 하지.  그런 동영상 풀이에서야, 수학적 능력이 모자라면, 문제를 맞히는데 급급한 것은 얼마든지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해설'강의를 한다는 '강사'들은...,

 

이 문제에서 '매우 극적'으로 드러나서 그렇지.  사실 다른 문제들도 비슷하긴 했습니다.  그나마 몇 문제는 제대로 푸는 분들이 간혹 보면 있긴 했는데, 그 경우에 다른 문제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 뭐 모든 문제를 좁은 의미의 출제의도대로 해결한다는 것은 저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긴 하지만 ) 그냥 '인디언 기우제' 비슷한 건가?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이고.   이 사람은 이것만 출제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저 사람은 저것만 출제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런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것만 출제의도를 그래도 파악하고,  저 사람은 저것만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어떤 강사분이 아직도 졸저 '수능코드'를 지금도 찾는 사람이 꽤 있다라고 하던데,  내가 '아니 언제적 책인데.  그리고 수록된 문제도 현재의 교과과정이 아닌 문제들도 많은데.  이렇게 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2020 수능을 보면서, 그리고 '동영상 풀이'를 보면서 하고 싶은 거의 모든 말이 '수능코드'에 다 있긴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한 내용도.

 

이번 수능에서는 이 곳, 수놀음에서도 의견이 오고 갔던, '적어도 하면 여사건'에 관련된 문제도 있었습니다.  '적어도'라는 말이 없는 '여사건'을 이용하여 해결하면 간명해지는 문제.  - 사실 이 문제도 '효율적으로 여사건을 이용한 사람', '여사건을 이용하긴 했지만 약간은 슬립 코메디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여사건 이용이고 뭐고 그냥 다 써라. 이런 사람...참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 도 출제했습니다.  사실 '뭐하면 뭐해라'  이것은 '문장의 형식' 자체가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문제가 이 문제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뭐하면 뭐해라' 이런 '암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일감'은, 일단 바둑이라면 '감각이 좋지 않다'고 평을 받기 딱 좋은 '일감'입니다.   그래도 뭐, '감각이 좋지 않다면' ( 한 마디로 재능이 평균 이하의 수준이라면 ) 할 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가정해도, 그 '일감'에 의존해서 '수읽기'도 하지 않고 문제를 푼다면 운명은 '남의 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상대가 2-3단계 하수면 통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승부'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저 문제의 '일감'과 '수읽기'에 대해서.

 

(추신) 풀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이런 의미에서 평가원에 감탄을 합니다.   평가원은 정말 문제 잘 만든다.  ( 여러가지 의미로 ) 이번 수능문제는 가형/나형 모두 정말 '수작'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문제를 보는 '눈'을 호강시켜주는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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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5 18:35
    독자제보(?) - 본문 글 중에서 '슬립 코메디'는 그런 용어는 없고, '슬랩스틱 코메디'(slapstick comedy)라고 한다고 합니다. 원글을 수정할까 하다가 그냥 놓아두고 덧글로 수정합니다. 덕분에 하나 배웠음에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