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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무한 2017-03-28T12:25:30+00:00

등산 예찬 [3] - '힐링'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작성자
강필
작성일
2019-09-24 09:39
조회
157
개인적으로 만약 산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시절에 큰 시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근현대사의 한 장면'이 된,  5.18 광주민주화 운동 시기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지금은 '진상이 많이 밝혀진 상태'이지만,  당시는 이른바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사실은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경로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뿐이었고.   그래도 '본고사'가 있었던 시기이기도 해서, 일단은 애써 외면하고 공부'만'했을 것입니다.  만약 본고사가 없어지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공부에 지쳐갈 때라고 할 수도 있을 시기에 -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했던 것처럼 3년 내내 노력할 자신은 솔직히 없을 것도 같습니다. - '본고사'가 없어졌고.   그래서 생긴 '여유'때문에, 유보해둔 궁금함들을 나름대로 해결해보려고 하면서 알게된 사실들....

 

오래가지는 못하긴 했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의 구로공단에 취업하겠다'고 하는 것에서 시작한,  이런 저런 방황의 시작.   나는 사실 누군가 '등산'이 좋은 점을 권해서 시작하게 된 경우라기 보다는 일단 '운동선수'로 훈련의 한 방법으로 한라산을 자주 '뛰어서 오르고 내리고 했고',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고상돈대원 ( 고상돈(산악인) )이 제주출신이라 막연한 동경 같은 작용이 좀 있긴 했지만 전문 산악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당시에 산은 일종의 '힐링'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당시에 그런 주기적인 '힐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학창시절의 '일탈'은 꽤 심각하게 진행되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산을 알면서 저절로 갖게 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꾸준함'의 위력을 몸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정상에 오르는 방법.  별 거 없습니다.   나는 등산교육이라고 하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적도 없고 - 당시 산을 자주 찾는 고등학생을 귀엽게(?) 대해준 대학 산악부 선배들에게 몇가지 배우긴 했지만, 그것은 본격적인 배움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고 -  무엇보다 주로 혼자서 산을 찾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 지금이야 혼자서 다니는 산행도 많긴 하지만, 그 때는 혼자 산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물기도 했습니다. -  뭐 그냥 혼자서 깨우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단지 꾸준히 걸으면 되고,  정상이 가까와질수록 '힘이 든다'  이런 것들을 몸으로 느끼면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식상하지만 '대'자연이 주는 힐링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굳이 이야기하면 '반려식물'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산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의 하나는 '사람'은 '식물'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시에서도 그것은 가능하지만, 제한적입니다.   산에서 식물과의 상화작용은 거의 전면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조금 과한 표현이겠지만 '도시'에서는 '식물'이 '사람'(즉 동물)에게 둘러싸인 - 말하자면 사람 1인당 상호작용하는 식물이 극히 제한적이라면 - 산에서는 정 반대입니다.   광할한 자연속에 거의 흔적도 없이 내가 있을 뿐입니다.   생물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그런 환경 자체가 주는 청량감은 말로는 도저히 전달할 방법이 없는 수준입니다.

 

산을 오르면서 볼 수 있는 주변의 '조망'은, 예를 들어 자동차를 타고, 또는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에서 올라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펼쳐진 구름바다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 이런 경치로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갈때, 구름위로 솟은 한라산을 보는 경험은 압권이긴 합니다. )  그런데,  내가 힘들게 걸어오르면서 보는 '조망'은 '같은 조망'이어도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보통 산에서 먹은 '라면맛'이 제일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 정확하게는 산에서 먹은 '음식맛'은 정말로 완전히 다릅니다.   단지 산에서 과거에는 라면 정도 먹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 요즘이야 라면보다는 다른 음식도 많이 먹긴 하지만 - 산에서 먹는 음식의 대명사로 '라면'이 이야기되었을 뿐입니다.   왜 '다를까?'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뭔가 '생물학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즉 단지 '힘든 것을 이겨낸 기쁨'이 더해져서가 아니라 뭔가의 '생물학적 작용'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다릅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처음에 힘이 듭니다.   그것은 그래서 그 자체로 '의지'와 '끈기'를 길러줍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성취감, 어떤 만족감.  사실은 힐링 자체를 수반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물론 여전히 어느 정도의 '목적 의식'에 따른 '의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등산을 처음 시작해서 몇번 안된 사람들이 산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산에 막상 오르면 힘이 들어서 내가 다시 오나 봐라.  이렇게 하지만,  막상 산을 내려가고 나면 또 오고 싶어진다. "  이런 이유로  " 내가 미쳤지,  산에 다시 오다니. "   이렇게 하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산이 주는 매력이 그런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등산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입니다.    힐링이 필요하지 않다.  이러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힐링이 필요하다면 그것의 최상의 방법은 '등산'이라고 단언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등산을 하는 것과 다르게, 학생은 조금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나는 학창 시절에야 누군가 이런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산행도 많이 하긴 했지만.   이제 다음 편의 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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